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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일 말라위에서 김용진 올림     

함께 아프리카를 섬기고 계시는 동역자 여러분께,

지구 남반부에 위치한 말라위의 날씨는 한국과는 정반대로 날로 무더워져 가기만 합니다. 11월 말엽이 되어 본격적인 우기철에 접어 들게 되면 조금 시원해 지겠지만 그 때까지는 덥고 누런 황토 흙먼지가 시도 때도 없이 강풍과 함께 몰려와 눈을 못 뜨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 은혜로 말라위의 모든 사역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일 새벽 다섯시 재소자들과 함께 드리는 새벽기도회는 그들과 함께 참여하는 저희 사역자들에게도 하루를 견딜 힘을 줍니다. 재소자 전원이 자발적으로 참석하여 춤을 추면서 부르는 열띤 찬양과 간절한 기도에 이어 동료 재소자의 간증이나 설교를 차분히 경청하는 것을 볼 때 그저 감격과 감사가 넘칩니다. 마침 그날에 출소하는 재소자가 있으면 그 사람이 설교를 맡게 되는데 자주 ‘이렇게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생활을 나가서도 하겠노라’는 다짐을 들을 때 “주님,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라며 감격해 마지 않습니다. 현재는 많은 재소자들이 11월에 있을 요한복음 15장 암송대회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오랫만에 드리는 선교편지라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작년 2월에 오셔서 그동안 제게 큰 힘이 되어 주셨고 무엇보다고 영양식 제조공장의 총괄책임을 맡아 수고하셨던 박명효 장로님(콜럼버스 한인장로교회 파송)께서 사정상 미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출발 당일 마칸디를 떠나기 30분 전까지 아무런 내색 없이 공장에서 평소와 같이 묵묵히 그대로 일하시다가 차에 오르셨을 정도로 충성을 다하신 하나님의 종이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지난 봄에 마칸디에 들리셨던 홍정길 목사님을 통해서 남서울은혜교회를 섬기시던 안희주 권사님을 보내 주셔서 동역을 하게 하심으로 위로를 주셨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하시던 회계 업무를 인계 받으셨고 (안 권사님은 교회에서 회계사무를 무려 17년간 봉사하신 베테랑이십니다) 인근의 장애우 등 ‘지극히 작은 자’를 찾아 위로하며 복음 전하는 사역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지난 5월에 부임하신 한의사 이윤희 선교사님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교도소라고 할 수 있는 치치리 교도소에 가셔서 환자와 노약자 수형자들에게 치유사역과 영양식 급양사업을 복음 전도의 수단으로 삼아 헌신하고 계십니다.   

안희주 권사님을 통해서 답지한 건축헌금으로 금년도 마지막 목표였던 툴로(Nthulo) 초등학교의 식당을 건축하고 9월 13일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이로써 금년에 시작한 일곱 개의 초등학교를 포함해 도합 12개의 초등학교와 85개의 유아원에 소속된 23,000여명의 어린이들을 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웨이팅 리스트에 수십 개의 초등학교가 남아 있지만 재정 형편 상 금년에는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급식 예상 인원보다 무려 8,000명이 늘어난데다가 단 하루라도 어린이들이 컵을 들고 등교했다가 그냥 빈 속으로 빈 컵을 들고 집에 가지 않게 하려는 우리 모두의 일치된 결의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기울이는 이 노력이 혹시라도 밥만 먹이는 사역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 방학 기간에 12개 초등학교의 성경교사 수련회가 일박이일 일정으로 거행되었었습니다. 일년에 최소한 두 차례씩 이런 모임을 통해 충실한 신앙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5월 초에 마칸디에 부임하신 이윤희 선교사님은 7월 중에 중앙아시아 타직스탄에 세계침술선교회의 일원으로 치유단기선교를 다녀 오셨습니다. 그리고 8월 초에 일명 이윤상기념진료소라고 불리는 마칸디 진료소 이층에 ‘한의원’을 개원하셨습니다. (옆 사진: 제 오른쪽으로 굿피플인터내셔널 봉사단원 김다솔 자매, 안희주 권사님, 이윤희 선교사님, 한국 안동에서 잠시 방문하셨던 장영자 전도사님, 굿피플의 김윤경 자매)

농기구라고는 단지 괭이 하나로 밭농사를 짓고 여성들은 그야말로 걸음마 떼자마자 머리에 물을 이고 다녔던 시골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각종 근육통 관절염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한방 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 입소문의 여파로 지난 월요일에는 거의 100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진료소 복도와 계단을 가득 메워 할 수 없이 번호표를 주고 절반은 수요일에 다시 와 달라고 부탁을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옆 사진은 치치리 교도소 수형자 치료 모습)

지난 8월 15일부터 한주간 동안 판교에 위치한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님 시무)에서 파송한 14명의 단기선교팀이 저희 사역지를 다녀 갔습니다. 우리들교회는 2010년부터 말라위 사역에 동참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말라위 전역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12,000여명의 재소자들에게 비누를 공급하기 위해 마칸디 교도소에 비누제조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단기선교기간 동안 마칸디 재소자들과 함께 비누를 직접 만들어 여러 교도소를 방문하면서 재소자들의 손에 일일이 비누를 쥐어 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였고 동교회의 후원금으로 건축한 마툼보 초등학교의 식당건물 건축 마무리 작업과 학교 교실 장식까지 해 주었습니다. 교도소를 방문할 때마다 간증의 순서를 가졌는데 재소자들은 아프리카인들인 자기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심지어 더 더 큰 어려움을 극복한 체험을 나눔을 통해 다같이 하나님의 사랑 받는 자녀라는 것을 공감하며 얼마나 기뻐하던지요.         

지난 9월 27일에는 아프리카 교정박람회가 말라위의 수도 릴롱게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남아공을 위시한 여덟 나라가 참여하여 자기 나라의 교정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행사였는데 저희 마칸디 교도소에는 특별히 두 개의 전시장을 할애해 주었습니다. 스와질랜드와 모잠비크 교정국장단이 정중하게 자기들 나라에서도 재소자로 하여금 주는 자가 되는 훈련을 통해 출소 후에도 남을 섬기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교정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갔습니다.  (사진은 말라위 부통령에게 사역 소개를 하는 공장 총괄 교도관)

저희의 사역지인 마칸디 교도소는 말라위의 남부에 있지만 중부와 북부에도 동일한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두 번째 영양식 제조 공장의 후보지로 선정된 중부지역의 카숭구 교도소에 타당성 조사차 다녀 왔습니다. 공업용 전기가 이미 가설되어 있고 공장으로 바로 전환될 수 있는 건물도 하나 있었습니다. 대형 곡식창고 한 동만 신축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이 교도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잘레카(Dzaleka) 난민수용소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내전 중에 있는 콩고와 아직 부족간 분쟁이 심한 르완다, 부룬디 등 14개국에서 피난해 온 거의 20,000명의 난민들이 UNHCR과 같은 유엔기구나 제수이트 교단의 도움으로 집단 생활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양철지붕 하나 제대로 없는 흙집에 엉성한 지푸라기 초가집이 닥지닥지 붙어 있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쓰레기더미 같은데서 뛰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피난을 가도 선진국으로 가면 그나마 혜택을 누릴텐데 어떻게 쫓겨오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오게 된 것입니다.

카숭구 교도소에 영양식 제조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우선적으로는 마칸디에서와 동일한 목적과 방식으로 중부지역의 시골 초등학교에 급식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되겠지만 그중 상당량은 이 잘레카 난민수용소에서 식량배급을 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초 서울 남산 초등학교와 난체푸 초등학교가 자매결연식을 가진 이후로 남산초교 어린이들이 한푼 두푼 모은 성금으로 물이 없어 고생하고 있는 난체푸 초등학교에 우물을 선사했습니다. 바위산 정상에 학교가 있어 물찾는데 곤란을 겪었습니다. 두 차례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아주 물맛이 좋고 수량도 풍부한 곳을 찾았습니다. 바라기는 더 많은 수의 한국의 학교들이 아프리카의 학교들과 이와 같이 아름다운 나눔의 교제를 통해 양국의 우호증진과 교류에 이바지하면서 세계를 섬김으로 존경받는 조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펼쳐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이 모든 것은 주의 은혜이며 거기에는 성도님들의 기도가 뒷받침된 것을 압니다. 계속 기도로 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3년 10월 2일 말라위에서 김용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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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30 22:39

김용진 선교사님 선교보고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10)

 

함께 아프리카를 품고 기도하며 도우시는 동역자 여러분께

 

멀리 말라위에서 주님의 은총과 평강을 빕니다. 기도와 물질로 도와 주시는 덕분에 맡겨진 임무를 은혜 가운데 수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피곤함 조차 별반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사역에 임할 수 있어 너무도 감사할 뿐입니다. 아마 깨끗한 공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매일 4시 50분, 캄캄한 새벽에 스텝 하우스에서 경건회를 가진 뒤 작은 밭을 가로질러 교도소로 함께 걸어가 재소자들과 새벽예배를 드리고 돌아와도 아직 6시가 채 되기 전입니다. 굿피플 봉사단원 두 명과 박명효 장로님, 그리고 최근에 의료선교사로 부임하신 이윤희 권사님을 포함한 다섯 명이 마칸디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번 선교소식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듯이 범죄자로 가득한 교도소 영내에 있는 저희는 범죄의 무풍지대에 살고 있지만 바깥 세상은 날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도시 분위기가 살벌해 지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일몰 이후에는 붉은 신호등에 정지하지 말 것을 오히려 각국 대사관에서 자국민들에게 권고할 지경입니다. 정지하고 있을 때 숨어 있던 강도들이 차를 에워쌀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서울과는 달리 여기는 대도시라해도 저녁 7시만 되면 길거리에 차량이 한 두 대 지나갈 정도로 한산해 집니다.) 한국이 돕는 가장 대표적인 종합의료선교기관에 지난 몇 달 동안에 여러 차례 무장강도들이 침입하여 재물탈취는 물론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근간에 이런 생각이 자주 들곤 합니다. 미국의 흑인 밀집 슬럼지역에서 태어나 그 지역사회의 문화체계 속에서 자란 흑인 청소년들이 제 아무리 노력해도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의식이 반사회적인 분노로 변해 강절도나 마약거래 등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르다가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을 오래 동안 보아 온 저로서는 혹시나 아프리카가 세계의 슬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사뭇 다른 대륙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순박함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고, 배회하는 도시 청년들의 좌절에 찬 분노의 눈길과 말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아프리카 사람이니까 얻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던 것이 이제는 아프리카 사람이니까 훔쳐도 되고 무장강도질도 “뭐 어때?”하는 사조가 번지면 도우러 왔던 선교 및 구호기관 사역자들이라해도 우선 생명에 위협을 느껴 하나 둘씩 떠나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교도소 사역의 중요성이 더욱 심각하게 와닿습니다.

일년에 서너 차례 하는 재소자 성경암송대회가 2주 전에 있었습니다. 시편 51편이 암송본문이었는데 많은 재소자들이 참여한 것도 고무적이었지만 다른 때보다 다들 너무 잘 외워서 입상자를 뽑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물론 옆의 사진과 같이 생각이 나지 않아 진땀을 흘리는 친구도 많았지만 말입니다.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아를 죽였던 죄에 대한 눈물의 회개가 담긴 ‘살인범’의 글이기에 재소자들로부터 공감을 더 얻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예배의 열기도 최근에 들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채찍’도 ‘당근’도 없이 자원하는 사람만 새벽기도실에 오게 하는데 거의 전원이 참석하여 열띤 찬양과 깊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전산처리제도가 없어 재범여부를 정확히 가릴 길이 없지만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몸에 익힌 자들은 범죄의 길을 떠나 살고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500여명의 말라위 어린이들과 한국의 결연후원자들을 연결하여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굿피플인터내셔널 해외아동결연사업의 봉사단원으로 김윤경자매와 김다솔자매가 3월 말에 마칸디에 도착했습니다. 둘 다 성격이 활달하고 지혜로와서 결연 아동들은 물론이고 교도소 직원들과 동네 사람들에게도 한국인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피부염색체 질병인 알비뇨 결연아동을 데리고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에 가서 피부과와 안과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금년도 상반기에 여섯 개의 초등학교에 급식센터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곳은 이미 완공되어 급식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고 두 곳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도합 11개의 초등학교와 82개의 유아원에 출석하는 20,0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매일 맛있는 영양식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학교들의 이름과 급식 아동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아원은 숫자가 많아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큰 유아원은 200여명이 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70명에서 100명 사이입니다. 따라서 유아원 어린이의 총수는 약 8,000명 가량됩니다.

금년도에 지은 모든 급식센터의 정면에 누가복음 2장 52절의 말씀,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가 영문과 치체와어로 적힌 간판을 부착했습니다. 영양식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급식프로그램이 학교 등교율을 높이고 학습에 능률을 높임으로 지혜가 자라게 하고 기독교교육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인격체로 자라서 아프리카 미래의 주역들이 될 것을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말라위의 추수철은 4월부터 시작됩니다. 추수철에 곡물이 신선한데다가 가격도 가장 저렴하기에 일년 분의 영양식의 원자재가 될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옥수수는 50킬로짜리로 약 3,500가마, 콩은 약 700가마를 확보해 놓았지만 급식 대상인원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곡물 가격이 인상되기 이전에 더 많은 양의 곡물을 확보해야 할 형편입니다.

영양식을 만드는 가장 첫 단계는 자루에 담겨서 온 곡물을 풀어 불순물을 걸러내는 작업입니다. 일일이 손으로 돌과 쭉정이를 가려 내었기에 무척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최근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어떤 한의원에서 헌금해 주신 기금으로 남아공에서 수입한 곡물청결기 때문에 한결 빠르게 곡물을 가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감사한 일은 그 한의원에서 근무하시던 이윤희 권사님께서 5월 1일부로 저희 사역지에 선교사로 오셔서 이윤상기념진료소 이층에 한의원을 차리시고 진료를 시작하시게 되었습니다. 미국 나성금란교회로부터 파송을 받으신 이윤희 선교사님은 세계침술선교회(World Acupunc-ture Mission)의 핵심단원으로 십수년 동안 주로 모슬렘권인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매년 의료선교를 하시던 분이라 선교현장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권사님이 오신 이후로 스텝하우스의 식탁도 달라진 것은 따로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7월에 타직스탄에서 있을 단기치유선교여행을 다녀 오신 후 정식으로 한의원을 오픈할 예정이지만 신기하게 병이 낫는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저로서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2월 말엽에 홍정길 목사님과 손봉호 장로님께서 다녀 가신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 밀알복지재단과 지난 4월 초에 협약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차원으로 일차적으로 밀알재단에서 초등학교 한 곳에 급식소 건축과 급식비용을 지급해 주시기로 했고 여러 학교와 유아원에 영양식을 배달할 수 있도록 3톤짜리 트럭을 한 대 구입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금년도 상반기를 넘기는 즈음에 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반성을 해 봅니다. 외형적으로는 많은 확장이 있었습니다만 과연 그것이 주님께서 인정하실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급식이 절실한 학교의 대표가 찾아와 모래와 벽돌이 다 준비되었다고 하면 주님께 건축기금을 보내달라고 기도를 시작하시라고 권하며 돌려 보내왔습니다. 그러면 얼마 후에 건축후원금이 도래하게 되었고 죽 그런 식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혹 넘어질까 늘 매사에 조심하면서 사역에 임하고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려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로 밀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서 너희 마음을 위로하시고 모든 선한 일과 말에 굳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살후2:16-17)

 

말라위에서 김용진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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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4일 말라위에서 김용진 올림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벧전 4장)

 

멀리 말라위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 드립니다. 늘 기도해 주심에 주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건강하게 사역에 임하고 있고 복음전파 및 구제사역도 꾸준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은 후 구정이 지나기까지 사역보고를 드리지 못한 터에 긴급 기도요청을 드려야 할 상황이 되어 간단하게 몇 자를 적어 올립니다.  

말라위의 우기철은 11월 말엽부터 3월 중순경까지 이어집니다. 올해는 우기철이 예년과 다른 판도를 보여 전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우기철의 모습은 햇볕이 쨍쨍하다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서 급한 바람에 이어 국지성 호우 소나기가 30분 가량 퍼붓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에 진흙탕 길도 금방 마르곤 했는데 이번에는 마치 한국의 장마와 같이 시도 때도 없이 장대비가 내리고 해는 짙은 구름에 가려져 있어 만물이 흠뻑 젖은채 거의 한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의 발병 사례가 아직은 없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만 땅에 구멍을 파서 쓰고 있는 시골집 변소에 하나 둘씩 물이 차 넘쳐 흐르니 그것도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젖은 가옥들이 마를 여유가 없이 또 비에 시달리다 보니 얼마 전부터 한 집 건너 하나씩 겪는 비 피해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진흙을 이겨서 만든 벽이라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그만 하나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붕이 무너져 사람들이 특히 어린아이들이 크게 다치고 한 지붕 아래서 기르는 닭이나 돼지 등이 압사를 하는 등 비 피해 소식을 매일 새로 듣고 있습니다. 옥수수 역시 물을 잔뜩 먹고 키는 거의 3미터에 이를 정도로 커졌지만 양분이 그 모든 잎사귀와 줄기로 가서 그런지 정작 옥수수 자체는 알이 차지 못하고 훌쭉하기만 한 것도 마을 사람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됩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다시 약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아니나다를까 한 두 주 만에 여지없이 저희 진료소는 북새통이 되었습니다. 거의 연례행사같이 되어 이제는 예사가 되었지만 계절이 우기철 한복판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조금 더 심한 듯 싶습니다. 옆의 사진은 진료소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2층에서 찍은 것입니다. 아침에 진료소에 들려 환자가 저렇게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믿음 약한 저로서는 약값 생각에 덜컥 겁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밤새 신음하다가 동이 트면서부터 몰려온 이들이 이제 복용한 약으로 아픔에서 다소간 안식을 얻게 될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비난리와 병원의 약품 부족현상으로 인해 걱정 속에 있는 제게 위로를 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셨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이 수도 릴롱게 근처에 신축한 밀알센터 개소식을 위해 말라위를 찾으신 홍정길 목사님과 손봉호 박사님 내외분이 그곳으로부터 다섯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저희 사역장을 찾아 오셨습니다. 홍 목사님과는 거의 사십년전 남서울교회가 첫 예배를 드리던 때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손박사님과 사모님께서는 제 부모님과 서울 영동교회를 함께 개척하시던 1970년대부터 유난히 가깝게 지내오셨던 터라 박성실 사모님께서 이번에 말라위에서 저를 만나 손을 잡으시면서 (5년전 소천하신 저의 어머니) “차권사님 대신 온다는 마음으로 왔어요”하실 때 눈물이 핑 돌면서 은혜의 주님의 위로에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마칸디 교도소에서 먼저 재소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손박사님께서 이들에게 권면의 말씀을 주셨고 이어 다들 재소자들의 생활공간과 새벽기도실과 영양식 제조공장과 비누 공장, 진료소 등을 둘러 보신 후에 사역자 숙소에 오셔서 준비해 오신 선물과 사역후원금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 한 곳에 들러 영양식 조리를 하고 있던 학부모 봉사자들과 만나 죽 한 스푼 맛보시기도 했습니다.  

동행한 한국의 기독교방송(CBS)과 인터뷰를 하실 때에도 홍 목사님과 손 박사님은 줄곧 말라위 사람들이 가난하다고해서 그냥 물자를 주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들의 의식개혁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셨는데, 어린이들로 하여금 죽 한그릇 때문에라도 학교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하게 자랄 뿐 아니라 기독교 세계관을 품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신앙교육을 시키는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감하신다며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일행과 함께 수도 릴롱게를 향해 떠나시는 세 분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눌 때 어찌나 섭섭하던지요. 작금의 상황에 처한 제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싶어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셨던 것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피위로자인 제게는 더 없는 기쁨의 방문이었지만 (하나님의 법칙인양) 위로자 자신들에게는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분들이 한국으로 떠나시는 날 말라위 공무원노조가 봉급 인상을 요구하며 총폐업을 시작한 바람에 공항이 폐쇄되어 이웃 나라 잠비아의 루사카 공항까지 멀고도 먼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거기서 케냐를 거쳐 한국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손 박사님 일행이 떠나신 후 이제 네 번째 단기의료선교차 오시는 캐나다 토론토 소재 본 한인교회의 전광순, 이수정 집사님이 도착하셔서 오는 3월 2일까지 일곱 개의 마을을 방문하여 수많은 시골 사람들에게 의술을 베풀고 계십니다. 매일 거의 3-4백명의 환자들의 고충을 일일이 듣고 약을 주면서 그 옛날 병자들을 민망히 여기시어 피곤을 무릅쓰고 고쳐 주셨던 주님의 길을 따라 헌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급식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각각의 초등학교의 급식센터에 임시 진료소를 차려 환자를 보고 있고 전체 일정 가운데 이틀은 블랜타이어 지역에서 선교활동하시는 박수경 선교사님께 ‘파견’하여 박 선교사님이 섬기시는 두 군데 마을의 예배당에 마찬가지로 임시진료소를 세워 무의촌 마을 주민 치료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도 말에 말라위에 와서 13개월 동안 동료 노미화양과 함께 굿피플인터내셔널의 일대일 아동결연 봉사단원으로 지역 아동들을 성실하게 섬겼던 김다례양이 얼마 전 귀국했고 이제 한 달 안에 두 명의 봉사단원이 새로 파견되어 521명의 결연 어린이들을 돌보게 됩니다. 저의 동역자 박명효 장로님은 정확, 신실, 또 꾸준하신 분입니다. 급식 프로그램에 쓰이는 영양식의 제조와 배달의 모든 책임을 맡아 한 치의 오차 없이 다섯 곳의 초등학교와 57개의 유아원에 있는 어린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양식을 즐길 수 있도록 수고하십니다.

올해 8월까지 현재 계획으로는 네 곳의 초등학교에 새로 급식센터가 건립될 것이고 약 30개 정도의 유아원이 추가될 것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11,000명의 급식 인원이 연말이 되면 20,000명 정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에 필요한 양의 곡물을 추수철이 마치는 4월까지 구매해야 하는 것이 저의 큰 과제이고 기도제목입니다. 물론 일년 내내 옥수수와 콩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연말 무렵이 되면 추수철 가격보다 심지어 세 배까지 뛰기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먹이기 위해서는 한 가마라도 이번 봄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비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고 곡물이 잘 영글어져 풍작을 이루도록, 저희에게는 일년치의 곡물을 구입할 후원금이 도래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말라위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주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2013년 2월 24일 말라위에서 김용진 올림